2012년 7월 7일 오후 1시 13분께 강원 태백시 황지동 J아파트 13층에서 모 부대소속 이모(21) 이병이 떨어져 숨졌다. 입대 후 첫 휴가를 나온 이 이병은 이날 복귀 날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유가족은 ‘군 생활에 적응을 못 해 힘들어했다’고 말했다.

군인의 자살사고는 2004년 67명이었으나 2010년에는 82명으로 늘었다. 지난 7년간 평균 75명 정도가 자살로 사망한 것이다.
최근 국회보건복지위원회에서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군내 사망사고 현황에 따르면, 3일마다 한 명의 군인이 사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대책 마련의 시급성을 알리고 있다.

특히 최근 5년간 자살한 군인 수는 395명으로 그중 대다수가 불안정한 심리상태가 원인이 돼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진 경우라 한다.
이런 가운데 불교상담개발원(원장 담교)이 찾아가는 상담서비스를 실시해 장병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긴장과 스트레스를 풀어 군인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불교상담개발원은 지난 9월부터 격주로 토요일마다 경기도 파주시 광탄면에 위치한 육군 1사단 전진사(주지 수진)로 상담원 10여 명을 보내고 있다.
상담원들은 불교상담심리사 및 자비의 전화 상담원들로 구성돼 15~20명의 장병들을 대상으로 집단상담과 일대일 상담을 지원하고 있다.

김성례 사무국장은 “1사단에서 한 달 사이에 자살한 군인이 3명이나 나왔다. 자살예방활동이 시급해지면서 법사인 수진 스님의 요청으로 직접 찾아가 상담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상담이 진행되기까지의 과정은 다음과 같다. 불교상담개발원이 사단에 공문을 보내면 사단은 부대 내 부적응 병사를 뽑아 상담원에게 상담지원을 요청한다. 또 군인들 스스로 상담이 필요할 경우도 상담지원을 요청할 수 있다.

이들은 AㆍB 두 그룹으로 나뉘어 A 그룹이 법당에서 집단상담을 받는 동안, B 그룹은 차 안에서 일대일 상담을 받는다. 상담시간은 각 1시간으로 상담이 끝나면 이들은 다시 교대로 상담을 받는다.
보통 부대에서 일어나는 일은 상부에 모두 보고되기 때문에 병사들은 고민을 쉽게 털어놓지 않는다. 하지만 불교상담개발원은 군인들과의 상담내용을 비밀로 유지한다. 일대일상담을 차 안에서 진행하는 것도 보안유지를 위해서다. 때문에 군인들은 자신들의 속마음을 상담원에게 더 쉽게 털어놓을 수 있다.
상담대상은 주로 훈련소 입대 6개월 미만의 병사들로, 상사들의 참을 수 없는 괴롭힘, 대인관계, 체력저하가 주된 상담내용이다.

불교상담개발원은 상담할 때 종교색을 드러내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김성례 사무국장은 “상담을 받는 병사들 중에는 개신교신자들이 많기 때문에 그들의 눈높이에 맞게 상담을 해주고 있다”며 “상담을 받는 군인들은 내용들이 상부에 보고될 까봐 부담을 느끼지만 일대일로 상담원에게 상담을 받으면서 스트레스를 푼다. ‘대화다운 대화를 해서 좋다, 이야기를 털어놓고 나니 마음이 진정되는 것 같다’ 등 만족스러운 소감을 듣는다”고 말했다.

타종교에 비하면 인적, 물적으로 부족함이 있지만 불교상담개발원은 군장병 상담서비스를 지속해 나갈 계획이다.
김성례 사무국장은 “내년부터 자살예방교육, 인성교육을 실시해 나갈 계획이다. 물적, 인력적으로 많은 부족함이 있지만 자원봉사에 참여하는 상담원들이 힘들어하는 장병들의 숨통을 터주는데 보람을 느끼며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